선조들이 장기를 고안했을 당시에는 장기를 둠에 있어 이겼노라고 말할 수 있던 것이 상대편 왕을 꼼짝 못하게 하였을 경우다.
그러나 규정과 시간의 제약이 있는 공식시합에서 승리는 외통수 뿐만 아니라 비겼을 경우 남은 기물의 점수를 놓고 판가름하니 한을 잡은 기사는 아예 초반부터 1.5점 덤으로 굳히기를 시도하려는 기사들이 상당수다.
하지만 총 대국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방송대국에서도 예전처럼 한에서 점수승을 하기 보다는 초를 택한 쪽의 공격력에 의해 승부가 좌우되고 있는 현 추세라서 이제는 방어적인 자세로 경기에 임했다가는 경기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어 질 확률이 다분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예전보다 초의 공격을 활용하는 방법이 더 강력해졌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다.
지난 11월 22일 5시에 시작된 박삼용 4단(한) 대 하성호 8단(초)의 대국 중 초반 포진을 잠시 살펴보자.
(그림 1)
14수째 한에서 좌변의 차를 우변으로 이동하여 빠른 차대를 시도한 장면이다. 초의 양차합세공격에 미리 대비하는 효과와 묶여있는 우변을 풀려는 의도라 여겨지나 너무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또한 좌변의 한차를 활용한 작전법이 충분히 유효한데 굳이 초반 14수만에 급히 대차를 시도한 점은 기물활용도면에서도 좋은 방안은 결코 아니다.
(그림 2)
(그림 2)는 한에서 16수째 대차를 시도하려는 장면인데 실전에서 초가 면포로 한의 중앙상을 먼저 공격하여 한이 곤란해졌으므로 차라리 한차가 두 칸 덜 가는 것이 그나마 나아 보인다.
(그림 3)
한의 우변에 있는 차가 21자리가 아닌 23자리로 가게 되면 초의 선공에 대비할 수도 있고 43병을 활용한 작전법도 펼칠 수가 있어서 좋다. 따라서 한에서는 차대를 우선하기보다도 묶여있지 않는 차를 충분히 활용하는 편이 최근 시합에서도 효과적인 추세라서 공수에 유용하니 다함께 연구하시길 바란다.
또한 대장 격인 차를 초반부터 희생시키면 부하들은 자칫 전의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가급적이면 계급이 낮은 기물부터 희생시키고 중요 기물들은 후반까지 살려서 쌍방이 서로 수를 내는 장기를 구사하여야 관전자들에도 충분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니 참가기사들은 팬서비스차원에서라도 빅(점수장기)이 아닌 승부(외통수)가 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대국하시기를 아울러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