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리그에서 너무나 탄탄한 연승 행진이 돋보였던 차선균 2단을 상대로 양승태 3단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대국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차선균 2단의 거침없는 행보를 양승태 3단이 저지를 할 수 있기 보다는 아홉 번째 희생양(?)이 되지 않나 싶었지만 대국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관중들이 하나 둘 술렁이기 시작했다. 차선균 2단은 줄곧 강한 수비력을 과시하며 미묘한 차이로 앞서나가고 있었으나 74수 째에 양승태 3단에게도 드디어 회심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차 2단의 자충수를 절묘한 수순(手順)으로 살린 양 3단의 행마에 한편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차선균 2단! 아~ 이대로 무너지나요.!” 해설이 없는 이번 리그에 관중들은 모두 해설자가 되어 한마디씩 내뱉기 시작하면서 대국은 점점 흥미진진해져가는 데 93수째 양 3단의 묵직한 주먹이 차2단의 단단했던 궁성을 허물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차2단은 본진에 있는 상장군을 투입하면서 허겁지겁 막아내려 했으나 수월치 않았다.
결국 양 2단으로서는 승리의 주역인 여포장군에게 큰 상을 내림이 마땅할 것이다. 또한 차 2단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던 여포장군에게 큰 벌을 내리고 한동안 금지령을 선포하는 것이 어떨지.
다른 대국과는 달리 이번 대국은 1시간 20분이 소요될 정도로 시간활용도 면에서 극을 달했다. 심지어 양 대국자 모두 마지막 초읽기 하나를 남기고 겨우 둘 정도로 긴박하여 관중들이 오히려 시간패 당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걱정한 조마조마한 대국이었다.
필자는 그날 저녁 이번 대국을 회상하면서 감탄하였다. 그것은 놀라운 수를 펼친 복병기사 양승태 3단 때문만이 아니라 장기 한판의 대국에서 드라마나 영화 속의 감동을 느낀 것이다. 극적인 인간의 “희로애락”을 한판의 장기를 통에서 느낄 수 있었고 400명이 넘는 관중들과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으니 스포츠 경기장에 가야만 느낄 수 있는 희열[喜悅]을 만끽하였던 것이다.
역시 장기 전문기사는 고요한 장기판에 자신의 군사인 장기 알에 혼을 담아서 둘 때 빛을 발하고 관중들은 그 점을 가슴 속으로 느끼고 팬으로서 영원히 지켜봐주는 것이 기사들의 사기를 고취시킬 수 있으니 결국 다른 대중문화나 스포츠로 인해 점차 잊혀만 가는 오랜 전통문화인 장기의 맥을 이어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지 않나 싶다.
장기는 역사적으로 볼 때 기록문화라기 보다는 구전[口傳]문화에 가깝다. 그것은 장기구경할 때 뺨맞아도 훈수한다는 훈수의 영향으로 오늘날까지 오게 되었다. 다만 인터넷 대국을 지켜보는 수많은 관중들에게 바라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면서 덕담을 나누시길 당부한다. 장기는 오늘날 스포츠경기이기 이전에 예도[禮度]를 먼저 배우고 익히는 정신문화이기 때문이다.